전세 7억.
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7억을 넘었다는 기사를 보고 한참을 다시 봤다

매매가 아니라 전세다.
빌려서 사는 데 7억이 든다는 얘기다
나도 전세로 시작했다.
2년마다 계약서 앞에서 심장이 뛰던 그 기분을 아직 기억한다
그런데 이번 뉴스에는 무서운 얘기가 하나 더 붙어 있었다.
세금 제도가 바뀌면서 집주인이 자기 집에 들어와 살게 되고, 그러면 세입자가 밀려난다는 것
방송을 다 보고 나서 좀 답답했다.
"이렇게 밀려난다"는 얘기만 있고, 밀려나는 사람이 뭘 할 수 있는지는 한 마디도 없었다
그래서 직접 찾아봤다.
확인해보니 방송에 안 나온 게 세 개 있었고, 그중 하나는 세입자가 바로 쓸 수 있는 카드였다
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"집주인이 들어온대요"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냥 나가야 하는지, 아닌지가 정리될거다
숫자부터 보면 확실히 이상한 시장이다

KB부동산 7월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억 458만원이었다.
2011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뒤 처음으로 7억을 넘었다
1년 전이 6억 4,944만원이었으니 열두 달 만에 5,514만원, 8.5%가 올랐다
더 눈에 걸린 건 어디가 올랐냐는 거다.
전월 대비로 강동구 2.45%, 성북구 2.37%, 중랑구 2.25%가 올랐다.
연간 누적으로는 성북구가 10.10%로 서울에서 제일 많이 올랐고 노원구가 9.28%였다
강남이 아니라 서민·중산층이 사는 동네가 더 올랐다는 뜻이다
퇴로도 좁아졌다.
6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의 54.1%가 월세였다. 절반이 넘는다
그렇다고 월세가 싼 것도 아니다.
6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약 159만원으로 1년 전보다 12% 뛰었다
전세는 물건이 없고 월세는 비싸다.
이게 지금 세입자가 서 있는 자리다
확인해보니 방송에 없던 게 세 개였다
첫째, 그 세금 개편은 아직 확정이 아니다
방송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가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"축소됩니다"라고 했다.
그런데 8월 3일에 나온 건 정부의 개편'안'이다
8월 4일부터 20일까지 입법예고를 하고, 8월 27일 차관회의와 9월 1일 국무회의를 거쳐 9월 초에 국회로 간다.
실제로 확정되는 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다
즉 지금 시점에서 "이렇게 바뀐다"가 아니라 "이렇게 바꾸겠다고 제안했다"가 정확하다.
국회에서 숫자가 바뀔 수도 있다
둘째, 방송은 절반만 말했다
비거주 1주택 공제를 12억에서 9억으로 낮추는 건 맞다.
그런데 같은 개편안에서 거주용 1주택 공제는 12억에서 14억으로 올라간다
이 둘을 나란히 놓아야 그림이 보인다.
집주인이 자기 집에 들어가 살면 공제가 14억, 세를 놓으면 9억이다. 5억 차이다
방송이 말한 "집주인이 들어온다"의 유인이 실제로 얼마나 센지는 이 5억이라는 숫자에 들어 있다
여기에 하나 더 있다.
임대료를 5% 이내로만 올리면 혜택을 주던 상생임대주택 특례가 올해 말 종료된다. 5% 안에서 묶어둘 이유가 하나 줄어드는 셈이다
셋째, 세입자에게도 카드가 있다
이게 방송에 통째로 빠져 있던 부분이다.
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는 건 법에서 인정하는 사유가 맞다.
하지만 조건이 붙는다
집주인이 갱신을 거절해놓고 원래 갱신됐어야 할 기간, 그러니까 2년이 지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으면 손해배상 책임이 생긴다
배상액은 세 가지 중 가장 큰 금액이다.
거절 당시 환산월세의 3개월분, 새 세입자에게 받은 환산월세와 기존 환산월세 차액의 2년분, 그리고 실제로 입은 손해액
전세라 월세를 한 푼도 안 냈어도 상관없다.
법에서 말하는 환산월세는 보증금을 월세로 바꿔 계산한 금액이라, 순수 전세도 기준이 잡힌다
확인할 방법도 있다.
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당한 세입자는 확정일자부여기관에 그 집의 임대차 정보를 알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. 새 계약의 보증금과 기간이 확인된다
그래서 뭘 하면 되나
1단계. 계약 만료일부터 달력에 찍는다
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은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다.
이 기간을 넘기면 카드 자체가 사라진다
2단계. 갱신청구권을 아직 안 썼는지 확인한다
한 번 쓸 수 있고, 쓰면 2년 더 살 수 있다. 이때 임대료 인상은 5%가 상한이다
지금처럼 1년에 8.5%씩 오르는 시장에서 5% 상한은 생각보다 큰 방패다
3단계. "실거주하겠다"는 말은 문자로 남겨둔다
나중에 그 집에 다른 세입자가 들어왔다는 걸 알게 됐을 때, 근거가 있어야 손해배상을 따질 수 있다
말로만 오간 얘기는 나중에 증명하기 어렵다
밀려나는 것과 밀려나 주는 것은 다르다
전셋값 7억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.
국회에서 세법이 어떻게 정리될지도 내가 정하는 게 아니다
그런데 계약 만료 6개월 전에 달력을 확인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다
제도가 바뀔 때 손해를 보는 쪽은 대체로 모르고 있던 쪽이었다.
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
여러분도 오늘은 전세 시세 검색 대신, 계약서에서 만료일부터 한번 확인해보시길
참고 자료
KBS 잇슈머니 《"7억 들고 가도 없대요"…'전세 난민' 더 늘어난다?》 (2026.8.7)
https://news.kbs.co.kr/news/pc/view/view.do?ncd=8630967
헤럴드경제 《서울 아파트 평균값 16억 육박…전셋값은 사상 첫 7억 돌파》
https://biz.heraldcorp.com/article/10821215
파이낸셜뉴스 《안 살면 稅폭탄… 거주 공제 12억→14억, 비거주 12억→9억 [2026 세제 개편]》 (2026.8.3)
https://www.fnnews.com/news/202608031812382027
헤럴드경제 《1주택 종부세 공제 14억, 10년 살아야 장특공 80%…부동산세제 대수술》
https://biz.heraldcorp.com/article/10829531
대한민국 정책브리핑 《계약갱신 거부당한 세입자, 집주인 실거주 진위 확인할 수 있다》
https://www.korea.kr/news/policyNewsView.do?newsId=148875381
한경 부동산밸류업센터 《거짓 실거주 갱신거절, 세입자 손해배상 기준 총정리》 (2026.7.27)
https://landvalueup.hankyung.com/issuecheck-2026-0727-0700


